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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잡담

우리 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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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삐 나이가 7살이구나

 

완강하게 반대하던 나를 뒤로 하고

남편과 두 아들은 결국 

두 달 된 예삐를 안고 들어 왔지

 

나는 직장 다닌다는 이유로

각자에게 업무를 분담시켰고

똥 당번. 밥 당번. 목욕 당번

그렇게 삼부자는 굳게 약속을 했었지

 

내 어린 시절의 멍멍이는

현관문에 있었어

가족이 먹다 남은 밥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가고

어느 복날 즈음이면

사라지던 그 이미지였어

 

그래서 집안에

사람이랑 멍멍이가 같이 산다는 건 

용납되지 않았어

 

그 모든 생각과 각오는

예삐가 나에게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사라져 갔어

아니 완전히 반대로 바뀌어갔어

 

아이들은 처음에만

몇 번 당번을 한 거 같아

아니 거의 안 했나

 

남편은 내가 들어오기 전 퇴근을 한 적이 없으니

 

나를 반겨 주는

예삐와의 시간이 그렇게 그렇게 흘러갔어

 

설거지 하는 내 발등에 앉아서

그 눈을 내게 고정하고

아!

이런 눈빛을 본적이 언제였던가

 

뛰어갈 때는 

장미 같은 입술이 쏙 나왔다가 흔들리고

 

.

.

지금은

우리와 함께 하지 않지만

예삐는

늘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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