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왔었지
한림대 갔다가 전철로 이동 중에.
상해서 알게 된 지인
"아직도 한국이에요?"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일방적으로 자기 속내를 꺼내놓기 바빴다
간호사 출신이던 그녀가 상해 가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남편의 주재 기간이 끝나고 2019년 한국에 나오면서
그녀도 일을 알아봤다고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 기간제 보건 선생님 일을 하게 되었다며
" 저 일 못하겠어요...
일은 얼마나 많은지
애들은 수업시간에 다 자고
보람도 없고
올 12월까지 계약인데 내일 당장 안 하겠다고 말하려고요"
전철 안에서
나는 듣기만 했다
마스크를 한 채 말을 하기도
잘 들리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녀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 나 교장도 교감도 얼굴 잘 모르는데
무슨 결재를 맡아 오래요...
난 그냥 단순한 일만 하는데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지..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잡무가 너무 많아요....
제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애들 좀 커서 낮에 시간 좀 보내려고 왔는데
학교라는 조직이 이런데 인 줄 몰랐어요.."
한참을 자기 속내를 꺼내 놓는다
나는 들어주고
그녀의 속상함을 받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그래 많이 힘들지
지금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야
근데 그 학교에 12월까지 계약을 한 약속은 지켜야 해
나 하나 힘들다고 무책임하게 나오면
또 후임자 찾느라 학교서는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거야..
사회를 위해서
어디 봉사하고
도와주러 가는 것만이 돕는 게 아니고
지금 자리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하는 게 도와주는 거야.
분명히 이 일을 통해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도 있어
그냥 연수한다 생각해
그럼 맘이 편해..
또 아들들 교육에도 도움될걸
아이들이 힘들다고 그만 할래 할 때
엄마도 힘든 시간을 잘 견뎌 주는 모습 통해서 산 교육이 되는 거지.."
한참을 듣더니
"네.. 그런 면도 있네요. 생각해 보게요"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그래 내 자리는 어디지
엄마라는 자리. 아내라는 자리. 또 형제. 동료..
역할일 수도 있겠구나
좋은 때는 지낼 만 한데
힘든 때가 더 중요한데
나는 오늘 이 자리. 이 역할을 잘하고 있나 자문해 본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작은 것들도
사랑을 담아 해 봐야겠다
아침에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네 생각해 보니 12월 계약은 지키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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