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해서인지
약 기운인지
10시간을 잤다
속도 편안해졌다
근데 머리는 띵하고 어질어질하다
짐도 정리 안 하고
엉망이다
나 혼자 격리인데 짐을 정리해야 하나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그냥 막 던져 놓고 지내보까 하다가
일단 아침밥을 먹고 뭘 하든 해야겠다
8:00 똑똑
아침밥이 왔다
흰 죽이 나왔네 계란도.. 영양을 위해 챙겨 먹자
중국 소시지는 아예 손이 안 간다
그나마 옥수수 삶은 건 먹을만하다
역시 속이 든든해야 의욕이 생기나 보다
자연인도 좋지만
물건이 어디에 있나 좀 보자
싸들고 온 약들이며 컵라면이며 제자리에 놓아야 꺼내 먹기도 편하겠지
두 가방에 잘 정리해봤다
격리 시설답다
물도 휴지통도 예사롭지 않다...
노란 봉투는 매끼 밥을 다 먹고 나면 담아서 밖에 내놓는다
봉투가 엄청 커서 사람이 들어가도 될 크기다.. 왠지 낭비 같기도 하고..
정리한 내부를 좀 둘러보까
딱히 정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손 한번 가면 또 다른 느낌이네
화장실도 한번 찍어보자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오고... 18층인데도 수압 좋네
에어컨도 빵빵하네
아직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온도를 좀 높였다. 다시 낮추었다를 반복했다
격리시설로 호텔 일정 층을 사용하는가 보다.. 들어올 때도 정문으로 안 들어오고 뒷문으로 들어온 거 보면.
캐리어는 놓고 올라가라 해서 두 개의 짐을 놓고 올라와
한참을 기다렸네.. 그 사이 얼마나 불안했던지..
손타는 건 아닌가 하고...
서비스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나의 연약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
참 여기 18층이니 바깥도 한번 보까
대충 치웠다..
그리 깔끔한 성격도 아닌지라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하다
배고프네
12:00 똑똑
그리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나도 저 까만 고기는 먹지 않았다... 몸에는 좋으려나..
오전에 노트북 와이파이가 연결이 안 되어
직원을 요청했더니
방화복을 입고 와서 도와주네
보통은 비밀번호 넣으면 연결되는데
내가 아무리 해봐도 안되더니
직원이 한국말만 쓰여 있는 노트북을 만지작 거렸는데...
....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이유 불문하고 세상과의 연결이 되어 기쁠 뿐이고.
나는 여기 격리인데
나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고
만끽하자.. 이 시간을.
아들이 엄마 격리 시간 즐겁게 보내라고
다운로드하여준 게 뭐가 있나
<사랑의 불시착><이태원 클라쓰>
남들이 열광하며 볼 땐
난 뭐 그런 드라마 보는 여자 아냐.. 뭐 좀 안 그런 척하다
느즈막 결국은 보게 되니
그때그때 보며 대화 끼어들걸
오늘은 2화까지만 봐야지
사랑의 불시착.....
격리에도 계획은 있어야 하는데
첫날부터 깨졌다....
3화까지 보고... 4화를 보고 싶은 충동을 꾸욱 누르고
18:00 똑똑
저녁식사다
생선조림도 짭조름하니 먹을만하고
콩줄기도 입맛에 맞은데
한국서 사온 명이나물 한통 뜯어 같이 먹었더니
깔끔하다..
중국식에도 어려움이 없는 건
격리생활에 적합화된 체질 같다..
격리 1일은 참 바빴다
내일은 뭐 정리할 것도 없고
점점 단조로울 생활이 느껴지네....
그래도 또 기대감으로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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