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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상해 일기

[2020.9.1] 격리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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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몇 시지

5:30?? 이거 사실임?

왜 눈이 빨리 떠지는 거야

아침밥 해 먹이고 학교 보낼 아이도

출근할 남편도 없는 이 격리 기간에는 늦잠을 자야지... 

이불을 뒤집어 잠을 청했지만 머리만 맑아진다

그래 일어나자

나의 격리 2일 차가 나도 궁금하다

 

자. 식전 약부터 먹자

씬지로이드 0.05mg

너도 참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구나

20년 전 과도한 스트레스로 찾아온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심하면 0.1mg 먹다가.. 수치가 좀 좋아지면 0.05mg으로 왔다 갔다 하며

일도 안 하고 스트레스 없으니 안 먹고 지냈더니

아니었다.. 호르몬의 이상이 온걸 내가 먹고 안 먹고를 결정하는 건 잘못이었다

그래 내 일부다

약기운으로 사는 건가??

도움을 받는 거겠지.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주범이라 했던가

근데 어찌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나

그 당시 둘째 아들을 낳고 두 달 육아 휴직 후 직장을 나갔으니

몸도 마음도 힘든 때인데

일 같지도 않은 일로 직장 내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하던 그 한 동료로 인해.

참 불쌍한 사람이지

자기가 갖고 있는 직책이

자기 것인 줄 알고 있었으니

본인이 한 것은 다 맞고

다른 사람 것은 다 틀리다

뭐 영화 제목 같기도 하잖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홍**감독 작품

지금도 그 어디선가 그렇게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ㅎㅎ 

나이가 드니 이런 여유도 생기네

그땐 어리고

너무 내가 참았다.. 그냥 누르면 그냥 나 혼자 참음 되지 하고 참았다

근데 그것이 나의 무지라는 걸..

그때그때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나의 부족함이 낳은 결과다

병만 남았네... 

 

괜찮다

더 큰 병 아닌 거 감사해야지

 

저 멀리 학교인가

남경 무슨 중학교일까. 흰 체육복이 왠지 중학교 같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나와 있네. 줄을 얼마나 잘 섰음 무슨 건물 같다..

아니 시간이 7시 조금 넘었는데 왜 이렇게 일찍 모였지?

 

한국에서는 8:30경 아이들 학교로 가고  9시에 종이 쳤지. 그리고 운동장에는 나오지 않는데

그냥 교실에서 방송으로 조회하지 않나..

모르겠다..

암튼 여긴 우리 어린 시절 운동장 조회를 아직도 하고 있다....

그땐 교장선생님 훈화 때 픽픽 쓰러지던 애들도 있고...

참 사연도 많았지..

아고 격리를 하다 보니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과거로 미래로.... 왔다 갔다 하네

 

7:50 딩동 (어제까지는 노크한 줄 알았는데 초인종을 울렸구나)

체온 체크

36.5도.

다른 격리시설에서는 자기가 온도 재어서 앱으로 보낸다는데

여긴 아침. 저녁 두 번 우주복 직원이 와서 온도를 잰다

아날로그식이지.. 난 이런 게 좋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인사하고...

점점 사람을 만나는 게 줄어들겠지.. 

사람 좋아하는 나는 어찌 살아가나.... 적응해야지....

 

8:00 딩동

아침식이다

오 아침마다 죽이 나오는구나

속이 편하다

어제까지 머리 어질어질 도 사라지고 아주 맑다

세상에 '마'를 저렇게 삶아서도 먹는구나

나는 계속 끈적끈적한 것을 껍질 벗기고 강판에 갈아서 먹었네..

마가 위장에 좋다고 한 박스씩 사다 놓고

매일 술 마시는 남편에게 갈아주던 지인이 생각나네.. 아직도 갈아주고 있으려나..

 

참 호텔비랑 식비를 내야지

안내장이 어디서 본거 같은데 어디 있더라..

격리시설마다 경비가 다르겠지..

하루 숙박비가 380위엔이면 한국돈으로 음.. 지금 중국 환율이 약 173원이니  65,740원이구나...

식비는 100위엔이니 환율 173원 그럼 17300원..

결국 6720위엔에  곱하기 173원은 약 1,162,560원...

 

한국에서도 시설 격리면  백사십만 원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다...

 

지금 핸드폰이 문제라 남편에게 SOS 

위쳇 페이로 입금완료..

 

아니 그 잘 되던 핸드폰이 말썽이지

핸드폰 안에 중국 SIM 카드 있고

한국 가서 정지된 번호 살려서 SIM 카드 있으니 듀얼이지 아닌가

 

한국 번호를 깨끗하게 8월 31일부로 또 정지를 했으니

그럼 그냥 중국 오면 돌아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

기계치인 나는 이렇게 밖에 이해가 안 된다...

 

오늘은 큰 맘먹고 핸드폰 설정을 들어가 봤다

나는 핸드폰도 그렇게 기능 많은 것도 필요 없다

그냥 전화 오는 거 받고 전화 걸고 사진이나 찍고

위쳇이나 하고 그 정도면 엄청 만족이다

 

그런데 아들이 내 핸드폰을 보더니

그냥 버리란다

이런 걸 어떻게 쓰냐고....

답답하겠지.. 아들 눈에는 어미가...

 

아들아 엄마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그냥 이 정도도.. 

근데 오늘은 핸드폰 설정 들어가서 직접 한번 보게..

매번 네가 도와주고 설정해주던 것 

직접 해보게..

이가 없음 잇몸이 한다고

 

미로다..

모르겠다..

그냥 위젯 되니 이렇게 지내까...

 

남편이 "핸드폰 껐다가 다시 켜봐"

 

껐다가 켰다

설정 들어갔다

아까는 안 보이던 SIM 카드를

SIM1과 SIM2를 클릭했더니 왔다 갔다 하면서

......

SIM1이 살아났다

중국 번호가 죽었다 살아났다

나도 살아났다...

중국으로 전화가 가능하게 되다

'기계가 안될 때는 껐다 켜라' 

이것이 진리인가

 

아들아 엄마도 하면 된다!!

 

오늘은 이 일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날이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은 이 일 말고도 더 충분히 의미 있는 날이다

<사랑의 불시착>을 4화부터 8화까지를 쭈욱 봤다는 거

 

"이번엔 양초가 아니고 향초로 맞소?"

으악...

아니

이 대목에서 왜 눈물이 흐르지

 

격리기간은 감수성도 살아나는 건가.

신기할세

점심은 정확하게 12:00 들어오고

규칙적인 끼니와

만족스러운 드라마와

자유함이 어우러져

격리 2일 차를 꽉 채웠다

 

저녁은 오래간만에 한국의 컵라면 하나 추가하여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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