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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상해 일기

[2020.9.7] 격리 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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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가 그랬지

격리 8일 차가 고비였다고

괜히 그말 들었나 보다.

고비다.

그냥 사진도 찍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갖다 주는 도시락 먹고

아니 아무것도 하기 싫음 밥도 먹지 말아야 되는데

이건 또 주저 않고 먹게 되네.

 

아무 생각 없이

<이태원 클라쓰>만 보았다

아니

처음에만 좀 재미나더니

중간에는 좀 밍거적 거린다

16화까지 긴장감 갖고 재미나긴 힘들겠지

하지만 누구랑 연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보긴 본다.

젊을 때는 누구랑 연결되냐가 참 궁금했다.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만나 보고 이야기해 보고.

 

나는 자기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대학? 취업? 

누구와 만나서 인생을 꾸며가느냐가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물론 정답은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친구 같은 짝을 만나서

소꿉장난하듯이

이 험한 미로 같은 인생을 함께 간다는 것이.

 

맞닿은 미래

알 수 없는 일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는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 정해져 있고

더 이상 궁금할 것 없고

그렇다면 인생이 무슨 맛일까.

밍밍한 맛..

 

이 길 끝에서 선택하게 되는 기로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그 선택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모르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낸다

나는 격리 중이다

지금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물론

이 격리기간 통해서

어떤 사람은

천기누설을 알아낸 사람도 있겠고

어떤 사람은

기본만 충실한 사람도 있겠고

 

나는 오늘

딱 하나 변화를 주었다.

큰 변화도 아니다

아주 작은 선택이다

 

먹고 싶었던 <야채샐러드>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거 뭐 별거냐 하겠지만

나는 기본에도 충분하다고 느끼며 살고

더 이상을 

불필요하게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오늘은

나 자신을 위해

28위엔(한화 5000원) 짜리를 선물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베풀면서

왜 정작 나는 나에게 이렇게도

가혹하게

검소함을 강요했나

물론 이건 습관이 영향이 있다

어린 시절의 영향..

나는 안다

더 이상은 사치고

불필요함이라고 그렇게 자랐다

아니 그런 환경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안 그래도 되는데

지금도 내게 딱 붙은 습관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은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도 이런 것이 허용된다

 

 남편도

아들들도

늘 엄마에게 누리라고 한다

어쩜 그 말들로 인해

나는 더 이상의 누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

오늘은

나 자신에게 말 걸어 주며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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