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누가 그랬지
격리 8일 차가 고비였다고
괜히 그말 들었나 보다.
고비다.
그냥 사진도 찍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갖다 주는 도시락 먹고
아니 아무것도 하기 싫음 밥도 먹지 말아야 되는데
이건 또 주저 않고 먹게 되네.
아무 생각 없이
<이태원 클라쓰>만 보았다
아니
처음에만 좀 재미나더니
중간에는 좀 밍거적 거린다
16화까지 긴장감 갖고 재미나긴 힘들겠지
하지만 누구랑 연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보긴 본다.
젊을 때는 누구랑 연결되냐가 참 궁금했다.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만나 보고 이야기해 보고.
나는 자기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대학? 취업?
누구와 만나서 인생을 꾸며가느냐가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물론 정답은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친구 같은 짝을 만나서
소꿉장난하듯이
이 험한 미로 같은 인생을 함께 간다는 것이.
맞닿은 미래
알 수 없는 일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는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 정해져 있고
더 이상 궁금할 것 없고
그렇다면 인생이 무슨 맛일까.
밍밍한 맛..
이 길 끝에서 선택하게 되는 기로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그 선택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모르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낸다
나는 격리 중이다
지금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물론
이 격리기간 통해서
어떤 사람은
천기누설을 알아낸 사람도 있겠고
어떤 사람은
기본만 충실한 사람도 있겠고
나는 오늘
딱 하나 변화를 주었다.
큰 변화도 아니다
아주 작은 선택이다
먹고 싶었던 <야채샐러드>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거 뭐 별거냐 하겠지만
나는 기본에도 충분하다고 느끼며 살고
더 이상을
불필요하게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오늘은
나 자신을 위해
28위엔(한화 5000원) 짜리를 선물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베풀면서
왜 정작 나는 나에게 이렇게도
가혹하게
검소함을 강요했나
물론 이건 습관이 영향이 있다
어린 시절의 영향..
나는 안다
더 이상은 사치고
불필요함이라고 그렇게 자랐다
아니 그런 환경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안 그래도 되는데
지금도 내게 딱 붙은 습관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은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도 이런 것이 허용된다
남편도
아들들도
늘 엄마에게 누리라고 한다
어쩜 그 말들로 인해
나는 더 이상의 누림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
오늘은
나 자신에게 말 걸어 주며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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