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길 줄이야.
코로나로 한국서 8개월을 지내다가
남편 회사서 어렵게 발행된 초청장을 가지고 3개월 비자를 받아
중국 들어오지 않았나
여권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중국 들어와서 한 달 이내에
거류증을 신청하라는데
그걸 챙기지 못해
아니 회사 직원이 10월에 해도 된다고 하여
10월 26일 신청하지 않았던가
근데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지금 8월 30일 중국 왔으니
9월 29일까지 거류증을 해야 하는데
한 달이 지났기에
벌금을 내라는 거다
하루 500위엔.. 한달 이상이면 만 위엔(한국돈 1.700.000원)
상해 지인들은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 많고
그냥 처음이고 잘 몰랐다 하면
벌금도 깎아 주고....
그래 그래
나 몰랐으니 이야기 잘하고 와야지 하고
남편이 일하는 닝보 즈시 파출소로 출발했다
아침 7시 출발
9시 반 도착했다
근데
오전은 시간이 안되어 오후 2시로 시간이 조정되었다고..
그래 뭐 아침부터 하는 거보다 점심 먹고 여유 있게 하면 좋지
남편 집 근처 재래시장도 둘러보고
한국사람을 처음 본다며 장사꾼들이 신기해한다
양말도 사고
잠바도 세일한다니 하나 사고...
점심시간에 나온 남편이랑 점심도 잘 챙겨 먹고
2시에 즈시 파출소 도착했다
회사 여직원이 통역 및 담당자라 함께 갔다
이제부터는
내가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여기 적어 놓지 않아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에 남겠지만
그래도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적어 놓으련다
먼저 여자. 남자 경찰이 나와 여직원 데리고 취조실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소지품. 핸드폰. 심지어 목걸이까지도 다 빼라고..
남편은 내 짐을 들고 밖에서 기다리고.
심문? 이 시작되었다
너의 가족 사항은 어떻게 되냐
한국서 어디서 살았냐
너 대학은 나왔냐
직업은 뭐냐
언제 들어왔냐..
이거 작성하는데 거짓말 안 붙여서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모든 종이에 이름 쓰고 빨간 인주 묻혀서 손도장 찍고.
그러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조사하고 벌금으로 끝나지만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경찰서 감옥으로 가게 된다며...
진짜 대박은 이거다
내가 들어간 그 방은
경찰서 안에서도 심문하는 곳 같다
내가 앉은 의자는
손과 발을 묶는 기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손 발을 묶지는 않았지만 이런 장소에서 심문한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그렇게 작성하고 나서
다른 방으로 이동이다
그곳에서는
영화에서나 본 적이 있는
범죄자들이 벽에 서서 얼굴 앞으로 , 옆모습. 귀 보이고.. 사진을 찍는 것이다
또 나의 지문을 손가락마다 다 찍어 저장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또 손가락에 피를 내어 피도 저장하고
목소리를 2분 동안 저장하는데
그 내용은
나는 이름이 어떻게 되고
나는 나이가 몇 살이고
나는 어디서 살고
나는 전화번호가 몇 번이고
그 문장이 짧으니 2분이 안되니 그 문장을 5번~6번 반복해서 녹음했다
그러더니 외국인이라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다시 하라고
정말 몇 번을 했는지
순간..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2시간을 기다리라 한다
옆방에 창살이 있는 곳에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 누워있고. 그 방을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이 사람은 이 방에 있지 않아도 되지 않냐며
밖에 남편 있는 곳으로 데리고 나왔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남편의 얼굴을 보니 좀 안심이 되었다
2시간을 기다리니
밖에서 또 다시 아까 썼던 그 종이를 또 작성한다
이건 또 뭔지
아까 쓴 건 뭐고
다 중국어니까
내가 무슨 내용을 쓴 것에 이름과 손도장을 찍었나 걱정도 되고...
그걸 작성하고 나니 또 기다리란다
그래도 옆에 남편이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벌금 깎는 건 기대도 안 하게 되고
그냥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때 내 옆에 있던 직원에게
"너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과 달리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계시기에 너무 낙담하지 않아. 너도 기도해.. 그리고 너도 예수 믿어.. "복음을 제시했다
어쩌면 우리의 이 시간. 이 돈이
이 미미를 향한 복음의 시간과 돈인가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주님께서 일해 주실 것을 믿는다
6시가 넘어서 벌금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남편은 호구어 집으로 데리고 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하던 안마 집으로 갔다
남편이 이 쯔시라는 동네에서 5년 가까이 살았는데
처음 와 보았다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혼자서 보냈을까.
쓸 수도 없이 닳아버린 프라이팬을 보며
너무 미안했다
아무것도 챙겨주지 못함이...
그래도 늘 항상 그러하듯이
긍정적이고 밝은 남편은
그런 내색도 없이 잘 지내 왔다
주말 2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차를 타고 상해로 왔을 때
얼마나 피곤했을 텐데도...
이 벌금은
어쩌면 내가 남편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못한..
나의 반성의 결과인지도..
언어도 생활도 음식도 그 어떤 것도 수월하지 않았을
중국 쯔시 생활을 잘 견뎌주고
충실하게 해 준 남편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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